05/09/2024
Posted • .hun 24-8-29,30 #206 #후지산 #후지노미야루트 #1박산장 #우중산행 #날씨대신가족을얻다
🏔️후지산(3776m)
코스 : 고고메 -고라이코산소 산장(신 나나고메) - 규고메 - 신사 - 원점회귀
거리/시간: 약 10km / 7시간
산팁: 상하의 분리형 우비 필수(우중산행 시), 100엔 동전(화장실용도), 태풍시기를 피해서 가기, 정상 분화구 둘레길 1시간 소요
📝산행후기
DAY1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 태풍 산산의 영향이 아직 도쿄에는 미치지 않았더라고요. 도쿄의 날씨처럼 비만 오지 않는다면 나름 선방한 산행이 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혜초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도쿄 중심지를 지나 이름 모를 고속도로를 타고 서일본으로 향하는 동안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군요. 빗줄기가 툭툭 조금씩 떨어지더니 후지노미야 고고메(들머리)에 도착했을 때는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 있었습니다.
일본산은 한국산과 다르게 통제라는 개념이 없더군요. 이 정도 날씨면 한국은 대부분 통제하는데 일본은 개인의 책임하에 등반을 허락하고 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비를 맞으며, 1박을 하기로 한 산장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1시간 남짓한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주변은 온통 하얀 안개로 뒤덮여 있었고 비는 쉴 새 없이 내려서 즐길래야 즐길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게 맞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거센 비를 뚫고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축축하게 젖은 상태로 산장에 들어섰는데 산장 직원분들이 밝은 미소로 저희를 맞아 주시더군요.
젖은 장비들을 손수 받아주시면서 환영한다는 말을 해 주시는데 그제야 긴 여정이 끝난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지더군요. 카레와 밥만 나오는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지친 마음을 녹이기에는 충분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같이 간 친구와 맥주를 한잔하며, 내일 일정을 살짝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기상악화로 일출을 보기 힘들다는 가이드분의 안내를 받고 오전 5시에 기상하여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8시에 취침 소등을 하는 곳이라 일찍 잠자리를 들었으며, 피곤했는지 쉽게 잠이 들었네요.
DAY2
다음 날 오전 5시에 기상하여, 어제 걸어두었던 장비를 둘러메고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날씨는 어제와 같았으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중 산행은 잠정 확정된 상태라 멋진 풍경을 보겠다는 마음은 자연히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포기할 때 비로소 얻는 게 있다‘는 격언이 있듯이 산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으니, 더 소중한 인연이 생기게 되더군요.
어제 묵은 산장 객실의 위층 주민(저와 제 친구는 1층에서 지냄)들과 산행을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한 분은 인별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이후 여정에서 제 딸이 될 친구였습니다. 두 분 다 띠동갑이 훌쩍 넘는 나이라서 저와 제 친구는 아빠(?)와 삼촌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으며(첫사랑만 성공했어도 정말 저만한 딸이 있었을 수도..) 타국 땅에서 같은 날 후지산을! 그것도 비가 내리는 후지산을 같이 등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끈끈한 동지애 & 가족애가 생기더군요.
7합목, 8합목, 9합목까지 비를 맞으면서 올라갔을 때쯤 갑자기 하늘이 조그맣게 열리기 시작하더군요. 진짜 아주 진짜 조금 열린 하늘이였는데도 저희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인들이 일광욕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도 태양 빛에도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힘을 받아 정상까지 쉽게 올랐으며, 정상에서 마주한 분화구와 다시 한번 찾아온 맑은 하늘에 마음은 두배로 즐겁더라고요. 정상에서 멋진 일출과 드넓은 지평선을 볼 수는 없지만 나름의 매력이 가득했던 산행이었으며, 좋은 산우들과 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후지산이 다시 오라는 의미로 날씨 밀당한 거라면 혼내 주고 싶지만 다른 코스로 후지산의 나머지 모습도 즐겨 보고 싶어졌네요.
알레X혜초여행사의 일정은 2일은 후지산, 나머지 2일은 도쿄 자유여행 스케줄이었으며, 도쿄 탐방기는 다음 릴스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긴 포스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일정 내내 많은 이슈들을 능수능란하게 대응해주신 혜초여행사 가이드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덕분에 즐겁게 일본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
#登山 #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