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2023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첫번째)
이번에는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로 간다.
피나코태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이곳에 들어서면 우선적으로 홀 중앙에 설치된 ‘백만 개의 독일 여권’이 시선을 끈다. 입장권을 구입하기도 전에 홀 중앙에 설치된 기이한 형태의 사각무덤(?)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자세히 보면 진짜 백만개의 여권이 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알프레도 쟈르(Alfredo Jaar), 그는 칠레 태생으로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건축가인데 피나코태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미술관을 설계했다. 쟈르(Jaar)는 이 시대에 가장 특출한 시각 예술가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데, 영향력있는 미술평론가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에 따르면, 그의 조용하고 명상적인 작품에서 인도주의적 재앙과 전 세계의 군사 분쟁과 정치 부패,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의 상황 등에 대해 매우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알프레도 쟈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과 독일 귀화에 관한 논의를 포함한 유럽 이주 정책에 대한 것까지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시급한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의지표명은 분명 예술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피나코태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미술관에 들어서면 건물 중앙의 설치물을 유심히 볼 일이다. 강화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이 구조물은 유리벽 뒤에 백만 개의 독일 여권으로 뒤덮여 있다. 이 백만개의 여권은 메르켈 전 총리 시절인 2015년에 독일에 온 사람들 숫자이다. 그러나 이 수는 묘하게도 메르켈 총리가 속한 정당인 CDU에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2017년에 극우 정당인 Afd에 투표한 사람들 숫자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설치물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와 계속되는 국제적 분쟁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이주민들의 문제, 그리고 난민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에 직면하여 제기되는 시민권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게 한다. 감동을 주는 구조물에서 느끼는 창의성이란 다름아닌 당연한 생각을 바탕으로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다.
백만개의 독일 여권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지하층으로 내려간다. 이곳에서는 근대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실용적인 기기나 생활도구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전시하는 물품들은 매 분기별로 다른 전시품들을 기획, 전시한다. 이번에는 이륜차(자전거)가 주제이다. 다른 층에서는 근현대 작가들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층에서 보여주는 생활용품과 여러 도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접목해 보여준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물품은 역시 기획전시품목인 자전거이다.
최초의 자전거를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독일, 프랑스, 영국은 자국의 발명가 혹은 기술자가 최초의 발명자라고 주장하는데, 어떠한 형태의 것을 최초의 자전거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일단 여기서는 이곳 전시실에서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도록 한다.
이곳의 자전거 기획전시는 지난 2022년 11월 11일에 시작해 2024년 9월2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란다. 이번 전시회는 자전거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는데 교통 수단의 문화적 역사가 아니라 자전거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었다. 디자인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자전거 70대가 그 사례로서 전시되었다.
오늘날 자전거는 개인의 건강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배경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연성과 신체적 균형에 대한 직접적인 운동효과 덕분에 가장 중요한 생활기기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겠다.
일반 자전거든 전기 모터 자전거이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교통과 이동성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여가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단순한 기능적인 물건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이동 수단이며, 기술과 기능, 미학이 함께 어우러진 디자인이 가미된 문화 오브제이기도 하다.
자전거 디자인은 드라이브, 서스펜션, 브레이크, 변속기 또는 기타 구성 요소와 같은 기술 혁신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프레임의 디자인, 무게 또는 공기역학의 경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소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자전거 디자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자전거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자전거 기본 기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형태 기기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에 전시된 초창기 자전거부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자전거 형태의 기기들을 보면서 그러한 디자인의 변화를 느끼고 볼 수 있다면 즐거운 시간을 누리게 되리라 믿는다.
#자전거디자인